바카라, 나와 맞는 카지노가 정말 따로 있을까?
오랜만에 온 손님이 객장에 들어오자 익숙한 직원들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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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손님이 객장에 들어오자 익숙한 직원들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손님도 별다른 설명 없이 평소 게임하던 쪽으로 걸어갔다. 몇 개의 테이블을 지나쳤지만 오래 둘러보지는 않았다. 자주 앉던 자리에 앉아 늘 마시던 커피를 주문하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림판을 보고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볍게 게임을 봤다. 그런데 베팅 금액이 올라가자 조금 전까지 말을 하던 손님이 조용해졌다.
그럴 때 옆에 있는 나는 오히려 목소리가 커진다.
“자, 플레이어 화이팅!”
카드가 열리기 전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것이다.
베팅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은 불안하다.

불안할수록 익숙한 것을 찾는다
바카라 테이블에서 다음 카드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가장 큰 변수를 없앨 수 없다면 주변의 다른 변수라도 줄이고 싶어진다.
늘 다니던 카지노를 다시 찾는 것도 그런 모습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익숙한 입구로 들어가 자주 앉던 테이블에 앉는다. 캐셔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도 안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것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켓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보면 같은 에이전트를 계속 찾는 경우가 있다. 사실 기본적인 서비스만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과 처리하는 순서가 달라진다.
오래 본 손님이라면 무엇부터 원하는지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언제 옆에 앉아 같이 게임을 볼지, 언제 자리를 비켜줄지도 서로 익숙하다. 큰 베팅이 올라갔을 때 옆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행동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한다.
어차피 바카라 결과라는 가장 큰 변수는 없앨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내가 옆에서 본 플레이어들은 줄일 수 있는 다른 변수만큼은 익숙한 것으로 남겨두려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같은 카지노, 같은 정켓, 같은 에이전트를 다시 찾는 것도 그런 모습 중 하나였다.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늘 다니던 곳이 아닌 처음 가본 카지노에서도 게임이 잘 풀리는 날이 있다.
캐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분위기도 낯설고, 심지어 담배 한 대 편하게 피울 수 없는 객장인데도 그렇다.
처음에는 낯선 테이블에서 몇 판을 지켜본다. 결과가 쌓이고 그림판이 만들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플레이어의 베팅이 빨라진다. 평소 좋아하던 것과 비슷한 그림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판이 맞고 다음 베팅도 맞는다. 금액을 올린 판까지 적중하면 조금 전까지 낯설었던 공간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여기도 나하고 잘 맞네.”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옆에서 보면 그곳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편한 공간이었다. 사람이 많은 객장에서 담배 한 대 편하게 못 피우고, 캐셔 위치도 모른 채 몇 판을 보다가 익숙한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그날 돈을 땄을 뿐이다.
그 기억 때문에 다시 간다.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이 이어지면 캐셔 위치를 알게 되고 자주 앉는 자리도 생긴다. 직원 얼굴도 하나둘 익숙해진다. 처음의 낯섦은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그곳에서 돈을 땄던 기억이 남는다.
내가 권해서 처음 가본 정켓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손님도 낯설어하지만 그곳에서 좋은 결과를 경험하고 다시 찾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편한 장소가 된다.
아바타 게임도 비슷했다. 현장에서 직접 테이블을 보던 손님에게 작은 모니터 화면은 처음에는 답답하고 낯설다. 그런데 그 화면으로 돈을 딴 기억이 생기면 다시 찾는다.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처음에는 불편했던 화면도 어느새 익숙해진다.
장소가 바뀌어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반복을 만들어주는 것은 대개 그곳에서 이겼던 기억이었다
.
나와 맞는 카지노가 생기는 순간
돈을 잃었던 기억도 남지만 짧은 시간에 큰돈을 땄던 경험은 강하다.
그날의 테이블과 그림판, 강하게 베팅했던 자리까지 기억하는 손님도 있다. 장소를 바꾼다고 그 기억까지 두고 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카지노에서도 바카라는 다시 플레이어와 뱅커로 진행된다. 수없이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예전에 봤던 것과 닮은 그림도 다시 만난다.
그러다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돈을 땄던 순간의 그림과 지금 눈앞의 흐름이 우연히 맞물린다.
그 자리에서 베팅까지 맞으면 새로운 기억이 하나 더 생긴다.
“이 카지노도 나하고 잘 맞는다.”
처음 이야기한 손님도 처음부터 그 카지노가 편했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을 다녔고, 그곳에서 돈을 땄고, 다시 찾아왔다. 그러는 동안 직원 얼굴을 익혔고 자주 앉는 자리도 생겼다.
다음 카드도, 어떤 그림이 만들어질지도 누구도 정할 수 없다. 대신 게임 외적인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손님은 그곳을 두고 ‘나와 잘 맞는 카지노’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옆에서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고 있으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카지노가 그 사람에게 맞아진 게 아니라, 돈을 땄던 기억과 반복된 발걸음이 낯선 곳을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간 것은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