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바카라 | 베팅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었다
생바, 생활 바카라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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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바, 생활 바카라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러다 결국 녹아 죽는다.”
“몇 달 벌어봐야 어느 날 한방에 간다.”
나도 이 말을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달 동안 바카라로 돈을 벌다가 하루, 심하면 몇 시간 만에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전부 날린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쌓는 데는 몇 달이 걸리는데 무너지는 데는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마닐라에 바카라로 몇 년째 돈을 버는 지인이 한 명 있다. 정말 용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버틴다. 몇 년 동안 쌓아놓은 수익도 있다.
옆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베팅법보다 베팅하지 않는 시간이다.
자기 자리가 아니면 기다린다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게임하러 가잔다. 따면 풀코스로 한턱 내겠다는 소리다.
바이인은 64만 페소다. 칩이 충분히 있어도 테이블에 앉자마자 들어가지는 않는다.
점핑을 보다가 네 번째 자리에서 처음 들어간다. 그 판을 먹으면 한 판 내려오는 쪽에 다시 베팅한다. 그것까지 먹으면 3번째 프리,밑줄 4번째 한번더 베팅, 줄타기는 거기서 끝낸다. 밑으로 3번째 자리서 꺾이면 다시 그림을 보면서 자기 자리를 기다린다.
반대로 옆줄 네 번째 자리에서 들어간 베팅이 죽고, 다음 베팅까지 죽으면 그때부터 마틴으로 넘어간다.
여기서도 일반적인 마틴처럼 죽었다고 바로 다음 판에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건 아니다. 자기가 원래 들어가는 자리가 다시 나올 때까지 프리한다. 그 자리가 오면 2만 페소, 죽으면 다시 기다렸다가 다음 자리에 4만, 다시 죽으면 8만, 16만, 32만 페소까지 올라간다.
금액은 마틴으로 올라가지만, 베팅할 자리는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가끔 부탁을 받아 이 형의 아바타 게임을 해주면 정말 사람 맛이 간다. 이제 들어가나 싶으면 프리, 또 프리다. 금액이 커져 있어도 자기 자리가 아니면 기다린다.
제목 그대로 실제로는 베팅하는 시간보다 베팅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다.
본전을 전부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마틴 벳 32만 페소가 꼬였을 때도 끝까지 본전을 쫓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다시 2만 페소부터 시작한다. 역시 자기 자리를 기다리면서 조금씩 쌓는다. 그렇게 페소 손실 가운데 20만 페소 정도를 찾으면 일어난다. 12만 페소의 손실은 그대로 남겨두고 그날 게임을 끝내는 것이다.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32만 이상을 잃었다가 20만을 다시 찾았다면 이제 12만만 더 찾으면 본전이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거기서 일어난다.
전체 손실에도 자신이 정한 선이 있다. 몇 년 동안 바카라로 벌어놓은 금액이 있기 때문에 루징컷은 그 규모에 맞게 큰 편이다. 손실이 48만 페소까지 가면 그날은 끝낸다. 64만 페소를 바이인했으니 칩이 남아 있어도 그 돈으로 본전을 찾겠다고 계속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기는 날은 훨씬 빨리 끝난다. 3만~5만 페소 정도 수익이 나면 그림이 좋아 보여도 일어난다.
본전을 찾고 싶어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마음은 바카라 연패 중 나타나는 조바심과 망설임에서도 볼 수 있었다.
크게 잃은 다음 날이 더 중요했다
48만 페소를 잃었다고 다음 날 바로 다시 게임하지도 않는다. 며칠을 쉰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날에도 전날 잃은 돈을 복구하겠다는 식으로 덤비지 않는다. 초반부터 세 판 정도가 틀리면 그냥 일어난다. 반대로 잘 풀리면 다시 3만~5만 페소 정도를 따고 끝낸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시 조금씩 쌓는다.
내가 몇 달 동안 번 돈을 몇 시간 만에 날렸던 때와 비교하면 차이는 여기서 보였다. 나는 크게 잃으면 빨리 복구하고 싶었고, 이기고 있으면 조금만 더 먹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이 사람은 그 반대의 행동을 반복한다.
글로 적어놓으면 간단해 보인다.
먹었으면 일어나고, 자기 자리가 아니면 기다리고, 손실을 어느 정도 복구했어도 본전까지 쫓아가지 않고, 크게 잃으면 며칠을 쉰다.
그런데 실제 바카라 테이블에서 이걸 계속 지킨다는 건 엄청난 절제력이다.
나도 게임에 빠져 있을 때는 아프던 어금니 통증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만큼 바카라가 주는 도파민과 자극은 강하다. 이기고 있으면 한 판만 더 하고 싶고, 잃고 있으면 다음 판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32만을 잃었다가 20만을 되찾았다면 남은 12만까지 마저 찾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이 사람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점핑을 보는 방법도, 마틴도 아니었다.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일어나는 것.
본전이 눈앞에 보여도 손실을 남겨두고 끝내는 것.
크게 잃고도 다음 날 복구하러 가지 않는 것.
모든 플레이어가 이런 절제를 쉽게 할 수 있었다면, 바카라가 주 종목인 정켓은 이미 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옆에서 본 생활 바카라는 특별한 베팅법보다 결국 이 절제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났다.





